2 이 훈. 불면에 시달리던 날들이 있었다. 그럴 때면 이훈은 보란듯이 집 밖을 나가 새벽을 떠돌았다. 사람의 온기가 그리워서 누구든 품에 안곤 했다. 감정 같은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당장 제 허기진 구석에 무엇이든 채워넣어야했다. 관계는 덧이 없었고 이훈은 그걸 잘 알았다. 누구든 서로 절실한 것처럼 굴지만 사실 아무 것도 아닌 관계였다. 말로만 전해지는 온기는 익숙했다. 지겨웠지만 싫어하진 않았다. 잡을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였다. 선택할 권리는 애초부터 주어지지 않았다.여자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다는 듯이 저를 보았고 몸 이곳저곳을 주물렀다. 그러면 이훈은 적당히 그녀의 가슴을 주무르고 목덜미에 짧게 키스하며 장단을 맞췄다. 쪼가리 지폐와 빈 껍데기로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관계는 몇 번이고 반복.. 더보기 이전 1 2 3 4 ··· 5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