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훈.열 여덟의 밤. 행동으로, 말투로, 표정으로 예측하는 것은 쉬웠다. 어렸을 때부터 줄곧 해왔으니까. 파란만장한 가정사를 지닌 외동이라고 하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집에 일하는 사람도 가끔이고, 커다란 저택 안에서 어미와 단둘이 앉아있자면, 자연스럽게 눈치를 봤다.어미는 대개 정신이 나가 있었지만 가끔, 아주 가끔은 어른스럽기도 했다. 가령 눈치를 보느라 어리광조차 부리지 못하는 어린 아들의 어깨를 감싸고 토닥여준다거나 하는 것들. 훈은 그 잠시의 온기가 좋아 괜히 더 꽁꽁 속을 숨기는 지도 몰랐다. 하여튼. 그 집에서 어렸을 때부터 나고 자랐다면 누구나 훈과 비슷하게 컸을 터다. 말 한 마디 꺼내는 것조차 독이었다. 훈은 자라면서 어떻게 해야 자신이 사랑받는지를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말이 없을.. 더보기 이전 1 2 3 4 5 ··· 53 다음